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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일상맛집/일상

국제결혼이야기 (1) 프러포즈 (Feat. 카펠라호텔)

by mrs_ing 2023. 5. 4.

남편과 나는 6년 연애를 하고 2022년 결혼을 하게됐다.
 
프러포즈를 받은 순간부터, 대망의 결혼식까지 정말 다이나믹한 몇개월을 보냈는데, 몇년후에도 꺼내볼수있게 소중한 기억을 기록하고자 나의 결혼준비기를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 


#1. 장기연애와 장거리연애

결혼전까지 우린 6년 연애를 했는데, 그 중 3년은 장거리 연애를 했었다. 이 정도면 나도 거의 장거리 전문가인듯.
 
남편은 영국, 나는 싱가폴, 이렇게 7~8시간 시차를 버티며 장거리 연애를 하는데, 이렇게 장거리가 길어질 줄 모르기도 몰랐지만.. 
 
정말 우리를 힘들게했던건 최강의 빌런 코로나였다.
 
예상치 못한 글로벌 팬데믹으로 여행을 못하게 되면서, 장거리연애 중 서로를 많이 찾아가지도 못했다.
 
(지금생각하면 아득하지만..여행을 많이못해 돈은 덜 쓰긴했다.. )
 
그러던 중 장거리가 계속 하염없이 길어지자, 남편이 결국 다시 싱가폴로 직장을 구해 돌아왔다.  
 


 

#2. 프로포즈 하기 전의 아침

싱가폴로 돌아온 (그당시) 남친은, 곧 다가오는 내 생일이 30살되는 생일이기도 하거니와,  같이 보내는 오랜만의 생일이라 생일 주말을 싹 비우라고 했다. 
 
토요일 아침당일에 일어나자마자 무슨 수련회처럼 짐을 후딱 싸서 이동하자고 하는거다.
 
마치 부트캠프가는 사람마냥 아주 간단히 짐을 챙기고 부랴부랴 씻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탔다. 


 
택시가 센토사쪽으로 가는데, 그제서야 남편이 지금 카펠라 호텔을 향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잠옷도 안가져왔는데..!!
 
호텔에 도착하니 꽤나 고급진 곳에 왠지 모르게 동네마실 나온듯한 나 자신..
 
하지만 내가 고객이다를 속으로 외치며 파워당당(한척) 입장했다. 
 
 

#3. 카펠라 객실 입성

 
일단 호텔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는데, 호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자기와 식물, 각종 그림들, 그리고 초록초록한 야외배경까지. 호텔 자체가 작품이구나 싶었다.



 
조금 기다리자 직원분께서 우리가 입실할 방등을 소개해주고, 먼저 결제를 도와주시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1700불 (약 한화 160만원)로 1박 결제를 했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기절할뻔했다. 
 
무튼 지금찾아보니 우리가 묶었던 객실은 작은 수영장이 딸린 원베드룸빌라였던것같다. 
 
 

#4. 프러포즈 

조만간 카펠라호텔 후기만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인데, 호텔 감상은 그 포스팅에서 따로 하기로 하고...
 
객실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포토타임을 가진 후, 우리 빌라에 딸린 수영장에 몸을 담구며 (그당시)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이 내게 어떤 프로포즈를 받고싶냐? 생각해둔 다이아반지는 있느냐? 언제쯤 결혼하는게 좋을까? 라고 물어보는거다. 
 
나는 조용한 프러포즈가 좋고(영화 어바웃타임처럼), 다이아반지는 형태는 몰겠지만 무조건 랩다이아몬드(영화 블러드다이아몬드를 본 영향), 결혼은 남편이 이제 막 싱가폴로 넘어왔으니, 내년쯤하면 좋지않을까? 등등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야보니 나는 영화에 꽤나 영향을 많이 받는 인간인가 보다. 
 


 
수영을 마치고, 호텔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생일저녁도 먹고 기분좋게 방으로 들어왔다. 
 
한가롭게 저녁을 보내다 12시 일요일 내 생일이 되자마자, 서른살 기념으로 아주 큰 선물을 준비했으니 서보라고 했다.
 
 무슨 대단한 선물을 준비했길래 내심 기대하며 서있는데, 갑자기 주섬주섬 남편이 무릎을 꿇었다. 
 
준비한 말을 차마 못끝내며 울먹거리면서 결혼해줄래? 라고 물어보는데... 
 
내가 이렇게 깜짝 프로포즈를 받게될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항상 프로포즈 하기 직전을 캐치할 수 있다고 믿고있었는데..
 
나는 내가 꽤나 눈치가 있는 편인줄 알고 평생을 살아왔으나, 그날부로 내가 꽤나 눈치가 없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너무 놀라 YES! 만을 외치며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순간을 보내는데,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까 수영장에서 태연히 무슨 반지를 받고싶냐며 연기하던 남친은 없고, 이젠 눈앞에 피앙세가 서있다. 
 


 
말하지않아도 내 취향을 100% 반영한 프로포즈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다. 
 
어느 누가 나를 이렇게 깊게 이해를 해줄까?  내 취향을 이리 세세히 파악하고 있다가 날 위해 이런걸 다 계획해줄까? 
 
그냥 앞으로 결혼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이렇게 소중한 기억 한편한편을 블로그에 기록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